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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불어넣기

도서출판 아시아

메도루마 슌 지음, 유은경 옮김

200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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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쿠타가와 상.가와바타 야스나리 상 수상 작가

메도루마 슌 소설집




왜, 오키나와에 주목하는가



오키나와는 류큐 왕국으로 독립된 섬이었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에 일본 본토의 무력 침공으로 종속 관계가 되어 오랫동안 경제적 수탈을 당하다가 결국 오키나와 현으로 복속된다. 이후 오키나와는 일본의 가혹한 동화 정책에 시달려야 했다. 학교에서는 오키나와 말 사용이 금지되었고, 오키나와 말을 썼을 경우에는 ‘호겐후다(方言札)’라는 패찰을 목에 걸어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비참했던 것은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졌던 오키나와 전쟁이다. 미군의 총공격으로 섬 전체가 초토화된 것으로 비극은 그치지 않았다. 미군의 상륙으로 전화(戰禍)에 휩쓸린 주민들은 피난 생활 속에서 굶주림과 말라리아로 죽어갔다. 더구나 아군인 줄 알았던 일본군은 식량을 강탈하고 주민을 학살하기도 했다. 오키나와 말을 쓰는 남자들은 간첩 혐의로 일본군의 손에 죽어 갔고, 심지어 ‘살아서 포로가 되는 치욕을 당하지 말라’고 집단 자결을 유도하여, 15만 명에 달하는 오키나와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의 패전 후 오키나와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군사적 요충지로서 미군정하에 놓이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되었지만, 미군 기지는 점령 당시 그 상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본 국토의 0.6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오키나와 영토의 약 25퍼센트를 미군 기지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 내 미군 시설의 70퍼센트에 달한다.

오키나와 인은 일본인이기보다는 ‘우치난추(오키나와 원주민)’이기를 원한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오키나와 사람이 ‘일본인이 아니라 오키나와 인이다’라고 대답한 비율은 41.6퍼센트, ‘오키나와 독립에 찬성한다’는 20.6퍼센트에 달했다([류큐신보], 2007년 11월 29일 보도). 이 우치난추들이 얼마 전 역대 최대 규모의 현민(懸民) 궐기 대회를 가졌다는 소식이 일간지에 소개되었다. 일본 역사 교과서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행된 오키나와 주민들의 집단 자결 사건을 기술한 부분에서, 일본군이 주민들에게 자결을 강요했다는 내용이 삭제된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뿌리 깊은 상처와 가시지 않는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사는 우치난추들의 일본 본토에 대한 반감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전쟁의 쓰라린 상처를 안고 있는 역사의 현장인 이 오키나와에 주목해야 할 작가가 바로 메도루마 슌이다.



가슴을 저미는 이 낯설고 독특한 감각을

일본 문학으로 부를 것인가, 오키나와 문학으로 부를 것인가




이 책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혼 불어넣기](1999, 아사히신문사)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투계]([아시아] 2006년 가을호)와 표제작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내일을 여는 작가] 2007년 가을호)을 포함하여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오키나와 전쟁과 미군 기지 문제를 문학적 주제로 삼는 메도루마는 오키나와의 현실을 그리기에는 사실(寫實)적 리얼리즘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작가이다. 오키나와의 토속적 전통과 신화적 세계가 펼쳐지는 그의 문학에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쳐흐른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교감을 통해 전쟁에 대한 기억이 기괴한 환상 속에서 전개되며, 그 밑바닥에는 오키나와의 과거와 현재를 응시하는 예리한 눈이 번뜩인다. 전쟁을 제재로 삼은 소설은 대개 무겁기만 할 뿐이지만 메도루마의 경우는 단지 ‘전쟁 이야기를 열심히 썼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체가 판타지로 되어 있어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게 하면서 미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유려한 문장과 화려한 색채 감각, 탁월한 묘사력이 어우러진 그의 소설은 마치 세밀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문학성보다는 대중성을, 진중함보다는 가벼움을 앞세우는 요즘의 일본 문학 시장에 본격 문학의 참맛을 일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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